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가 코스피 3.55% 급락을 되돌렸다 — 남은 방패는 81%

외국인과 기관과 개인이 모두 순매도한 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코스피 급락을 되돌린 상황을 다룬 Market Unfolded 시장 브리핑 대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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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스피는 6,613.58로 출발해 장중 6,547.76까지 밀렸습니다. 3.55% 급락입니다. 그런데 종가는 31.14포인트(0.46%) 오른 6,820.02였습니다.

외국인도, 기관도, 개인도 모두 순매도였습니다. 한국경제가 “사상 초유”라고 쓴 동반 순매도입니다. 셋이 다 파는데 지수가 올랐습니다. 받아낸 것은 기타법인 1조 5,775억 원이고, 그 정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들인 자기 회사 주식입니다.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아직 18%대만 채워졌습니다. 방패의 80% 이상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동시에 그 방패가 유한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셋이 다 팔았는데 지수는 올랐습니다

오늘 장은 아침과 오후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5.30포인트(2.58%) 낮은 6,613.58로 출발했습니다. 장중에는 6,547.76까지 밀렸습니다.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55% 급락입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관측이 아침 시장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코스피는 31.14포인트(0.46%) 오른 6,820.02로 마감했습니다. 코스닥은 834.29로 마쳤습니다.

수급을 보면 이상합니다. 외국인이 팔았습니다. 기관도 팔았습니다. 개인도 팔았습니다. 시장을 설명할 때 늘 쓰는 세 주체가 모두 순매도였는데 지수는 올랐습니다. 한국경제는 이날을 “사상 초유의 동반 순매도“라고 표현했습니다.

거래대금으로 보면 외국인이 13조 6,000억 원어치를 팔고 12조 9,000억 원어치를 샀습니다. 기관은 6조 3,000억 원을 팔고 5조 5,000억 원을 샀고, 개인은 6조 원을 팔고 5조 9,000억 원을 샀습니다. 셋 다 파는 쪽이 더 컸습니다.

산 사람이 있어야 오릅니다. 그럼 누가 샀을까요.

네 번째 주체가 있습니다 — 기타법인

증시 수급표에는 칸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기타법인입니다.

개인·외국인·기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국내 법인을 묶어 놓은 칸입니다. 평소에는 규모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칸이 1조 5,775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이 돈의 정체는 회사 자신입니다. 상장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면 그 매수는 기타법인으로 잡힙니다. 오늘 코스피를 받아낸 것은 새로 들어온 투자자가 아니라, 이미 상장돼 있는 회사가 자기 주식을 되사들인 물량이었다는 뜻입니다.

기타법인의 매수는 오늘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8월 19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순매수이고, 8월 20일부터는 8거래일 연속으로 하루 1조 원대를 사고 있습니다.

기관은 던졌는데 주가는 올랐습니다

두 종목만 따로 떼어 보면 더 선명합니다.

삼성전자는 26만 원으로 1.17% 올랐고, SK하이닉스는 167만 4,000원으로 1.27%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기관은 삼성전자를 59만 4,476주, SK하이닉스를 50만 7,234주 순매도했습니다. 외국인도 SK하이닉스를 33만 8,230주 팔았습니다. 파는 쪽이 이 정도 물량을 쏟아내면 주가는 보통 밀립니다.

밀리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종목은 오늘 코스피 거래대금 1·2위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6조 5,176억 원, 삼성전자가 4조 6,470억 원입니다.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날, 거래대금이 가장 큰 두 종목에 회사 자신이 매수자로 서 있었던 셈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어디까지 왔나 – 40조와 15조

그래서 이 방패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남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SK하이닉스는 40조 43억 원 규모로 자사주 2,407만 주를 직접 취득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455만 주를 샀습니다. 계획 물량의 18.9%입니다.

삼성전자는 약 15조 원 규모로 5,328만 5,968주가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980만 주, 18.39%를 채웠고 누적 체결금액은 2조 5,494억 원입니다.

둘 다 5분의 1을 조금 못 채운 상태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아직 81%가 남았습니다. 오늘 같은 날이 또 와도 당분간은 받아줄 여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이것이 한계이기도 합니다. 자사주 매입은 예산이 정해진 프로그램입니다. 시장에 새 돈이 들어와서 생긴 수요가 아니라, 회사가 정해 둔 금액만큼만 존재하는 수요입니다. 물량을 다 쓰면 이 매수는 사라집니다.

열하루 전에는 못 막았습니다

저희는 8월 20일에 이렇게 썼습니다. SK하이닉스가 40조 원을 쓰겠다고 했는데 주가는 9.75% 빠졌다고요. 발표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 그날의 결론이었습니다.

그 판단은 그날 사실로 맞았습니다. 오늘 정정할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오늘 하나가 분명해졌습니다. 발표는 못 막았지만 집행은 막았습니다. 8월 19일 결정, 8월 20일부터 매수 시작, 그리고 열하루가 지난 오늘 3.55% 급락을 되돌렸습니다.

발표는 하루짜리 심리 재료입니다. 시장이 이미 알고 있는 악재 앞에서는 힘이 없습니다. 반면 집행은 매일 정해진 물량이 실제로 시장에 들어오는 수급입니다. 힘이 붙는 데 시간이 걸리고, 대신 붙고 나면 하루 이벤트로는 잘 무너지지 않습니다.

자사주 뉴스를 읽을 때 발표 규모보다 집행 진행률을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하필 MSCI 정기변경과 같은 날이었습니다

오늘 종가에는 변수가 하나 더 겹쳐 있었습니다.

MSCI가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한국지수 정기변경을 실시했습니다. MSCI 지수를 따라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패시브 자금은 정기변경일 종가에 물량을 맞춥니다. 그래서 이런 날은 장 막판 거래가 평소와 다르게 몰립니다.

오늘 종가는 그 패시브 물량과 자사주 매수가 맞붙은 자리였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자사주 쪽이 이겼습니다.

그래서 오늘 반등에는 해석의 여지가 남습니다. 순수하게 자사주의 힘이었는지, 정기변경일이라는 특수한 날짜가 폭을 키웠는지 오늘 하루로는 가르기 어렵습니다. 내일부터가 시험대입니다.

Market Unfolded 해석

오늘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시장 참여자가 전부 파는데도 지수가 올랐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매수자가 시장 밖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주 동안 저희는 이 시장을 수급 주체의 이동으로 읽어 왔습니다. 8월 17일에는 외국인이 몸통이라고 봤고, 8월 25일에는 외국인이 나간 자리를 기관이 메우는 것을 봤습니다. 오늘은 그 기관마저 팔았습니다.

남은 주체가 하나 있었습니다. 주식을 발행한 회사 자신입니다.

저희 가설: 8월 둘째 주 코스피 상승의 몸통은 외국인 자금이다 (8월 17일 제시)

오늘 판정: 폐기 — 8월 25일에 약화로 내렸고, 오늘 폐기합니다. 외국인 하나가 아니라 외국인·기관·개인 셋이 모두 순매도인데 지수가 올랐습니다. 시장 참여자의 수급으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습니다.

새 가설: 지금 코스피를 떠받치는 것은 시장 수급이 아니라 발행 기업의 자사주 집행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지수의 방향은 외국인 동향보다 두 회사의 취득 진행률을 따라갑니다. 틀렸다면, 자사주 매수가 이어지는데도 지수가 밀리는 날이 곧 나옵니다. 그날이 이 가설의 반증입니다.

Follow-up — 앞으로 추적할 것

Market Unfolded는 아래 항목을 계속 추적해 후속 글로 이어가겠습니다.

  • 기타법인 순매수가 10거래일째 이어지는지, MSCI 정기변경일 하루짜리였는지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취득 진행률이 다음 공시에서 얼마나 올라가는지
  • 자사주 매수가 이어지는데도 지수가 밀리는 날 — 새 가설의 반증 시점
  • 매입한 자사주가 소각으로 이어지는지, 금고주로 남는지(삼성전자는 금산법 10% 룰 제약)
  • 외국인 순매도의 성격 — 8월 둘째 주 유입의 되감기인지 이탈인지
  • 미국 조기 금리 인상 관측이 유지되는지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국내 지수·종목 등락률과 수급은 2026년 8월 31일 정규장 종가 기준입니다. 자사주 취득 진행률은 보도 시점 기준이며 이후 공시로 갱신됩니다. 오늘 반등에는 MSCI 정기변경일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겹쳐 있어, 자사주 매입만의 효과로 분리해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언급된 데이터는 작성 시점 기준으로 이후 변동될 수 있으며,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