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첫 사업이 오늘 정해졌습니다. 미국 텍사스 엔시날에 짓는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이고, 규모는 223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조 원입니다.
미국이 줄곧 요구해 온 반도체는 1호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대신 전력이 들어왔습니다. 후속으로는 미국 안에 원전 8기를 짓는 1,300억 달러짜리 방안이 협의되고 있습니다.
오늘 시장은 반도체를 봤지만, 더 크게 오른 것은 발전소를 짓는 회사들이었습니다. 두산퓨얼셀이 13.80%, 한국전력기술이 13.66% 올랐습니다.
대미 투자 1호는 반도체가 아니라 발전소였습니다
정부가 9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1호 사업을 보고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에 짓는 가스복합화력발전소입니다. 설비용량은 6.3기가와트입니다.
금액은 협상 도중에 올랐습니다. 처음 계산은 198억 달러였는데 미국이 250억 달러로 25%가량 증액해 달라고 요구했고, 양쪽이 223억 달러에서 합의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들어간 쪽이 아니라 빠진 쪽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투자 목록에 반도체를 넣기를 원했습니다. 1호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발전소를 먼저 짓는 이유는 인공지능입니다. 미국은 지금 데이터센터가 쓸 전기가 모자랍니다. 6.3기가와트는 그 부족분을 메우려는 설비이고, 한국 돈으로 짓습니다.
후속은 원전 8기, 1,300억 달러입니다
1호 뒤에 붙는 사업도 같은 자리에서 보고됐습니다. 미국 안에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방안이고 규모는 1,300억 달러입니다. 3,500억 달러의 3분의 1을 넘습니다. 이르면 9월 18일 양해각서에 최종 서명한다는 일정이 거론됩니다.
여기서 숫자 하나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8기 가운데 6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고, 한국형 APR1400은 2기입니다.
돈은 한국이 냅니다. 설계는 대체로 미국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대형 원전을 실제로 지어 본 시공사가 사실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8기를 짓는 일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같은 국내 기업에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돈으로 미국에 짓되 짓는 손도 한국인 구조입니다.
8월 25일에 나온 제안이 형태를 갖췄습니다
지난달 25일 이 자리에서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같이 사자는 미국의 제안을 다뤘습니다. 그날 한국전력기술이 20.27%, 현대건설이 14.87% 올랐습니다. 당시에는 제안 단계였고, 무엇을 얼마나 하겠다는 것인지가 비어 있었습니다.
오늘 그 빈칸이 채워졌습니다. 지분을 같이 사자는 이야기가, 그 회사의 노형으로 여섯 기를 짓자는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지식재산권은 아직 빈칸입니다. 한국형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걸려 온 웨스팅하우스와의 다툼이 이 사업 안에서 어떻게 정리되는지는 오늘 보고에 없었습니다. 6기가 웨스팅하우스 노형이라는 사실이 그 다툼을 줄이는 쪽인지 종속을 굳히는 쪽인지도, 지금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오늘 시장이 실제로 올린 것은 발전소 쪽이었습니다
오늘 헤드라인은 반도체였습니다. 오픈AI와 엔비디아를 둘러싼 인공지능 투자 기대가 뉴욕 반도체주를 밀어 올렸고, 코스피는 4.61% 올라 6,995.39로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종목을 열어 보면 더 크게 오른 쪽은 따로 있었습니다. 두산퓨얼셀이 13.80%, 한국전력기술이 13.66%, 비에이치아이가 12.83%, 두산에너빌리티가 10.98% 올랐습니다. 건설사도 따라 올라 대우건설이 9.26%, 현대건설이 6.02% 상승했습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8.26%, 삼성전자는 5.68% 올랐습니다. 오늘 지면을 차지한 쪽이 더 적게 오른 날입니다.
수급도 확인해 두겠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관이 9만 250주를 순매수했고, 두산퓨얼셀은 외국인이 2만 4,198주를 순매수했습니다. 개인 매수만으로 오른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엿새 전 건설은 업종 꼴찌였습니다
9월 1일 이 자리에서 건설주 급락을 다뤘습니다. 그날 건설 업종은 3.50% 빠져 업종 최하위였고, GS건설은 8.26% 무너졌습니다. 이유는 금리였습니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이 분양 계산을 흔들었습니다.
엿새 만에 같은 업종에서 대우건설이 9.26% 올랐습니다.
그 사이 금리가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오늘 미국 10년물은 4.8%를 시험하는 자리에 있었고, 한국은행은 금리가 오르면 영끌 가구부터 타격을 받는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국내 주택 쪽 셈법은 그대로입니다.
바뀐 것은 건설사가 지을 대상입니다. 국내 아파트가 아니라 미국 발전소와 원전이 목록에 올라왔습니다. 같은 업종 안에서 매출이 나오는 자리가 갈리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그래서 오늘 오른 건설사와 오르지 않은 건설사가 나뉩니다.
파병 쪽에서는 반대 방향의 소식이 왔습니다
이틀 전 이 자리에서 호르무즈 파병 검토를 다뤘습니다. 그때는 1호 선정이 난항이라 돈으로 낼 카드가 막혀 있었고, 그래서 파병이라는 돈이 아닌 카드가 테이블에 올랐다고 봤습니다.
오늘 돈 쪽 카드는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파병 쪽은 반대로 막혔습니다.
이란이 한국을 향해 한글로 된 경고문을 냈습니다. 호르무즈 군사 개입을 침략 행위 지원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국내에서도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두 카드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앞으로 며칠 어느 쪽이 먼저 확정되는지가 협상 전체의 모양을 정합니다.
내일 확인할 것
- 9월 18일로 거론되는 양해각서 서명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그리고 원전 8기가 그 문서에 들어가는지. 들어가면 1,300억 달러에 일정이 붙고, 그때부터 값이 매겨집니다.
- 원전 8기 가운데 한국형 APR1400 몫이 2기에서 늘어나는지. 노형 구성이 국내 기업이 가져갈 몫을 좌우합니다.
- 반도체가 어느 자리에서 다시 나오는지. 투자 목록의 다음 줄인지 관세율인지가 갈림길입니다.
- 이란 경고 이후 파병 절차가 늦춰지는지 그대로 가는지. 이틀 전 글에서 확인하겠다고 한 항목입니다.
Market Unfolded 해석
오늘 배울 것은 원전주가 올랐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3,500억 달러라는 숫자가 드디어 목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목록의 첫 줄이 미국이 요구하던 반도체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목록이 정해지면 값이 매겨집니다. 3,500억 달러는 뉴스였지만 223억 달러짜리 가스발전소와 1,300억 달러짜리 원전 8기는 매출입니다. 오늘 오른 것은 그 매출에 이름이 걸릴 수 있는 회사들이었고, 그래서 반도체보다 더 올랐습니다.
빠진 쪽도 정보입니다. 미국은 반도체를 원했는데 1호에서는 얻지 못했습니다. 반도체가 뒤로 밀린 것인지, 다른 자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청구될 것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이틀 전 저희는 미국이 의약품에서 써 본 방식을 반도체에 그대로 쓸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 방식이라면 청구서는 투자 목록이 아니라 관세율로 옵니다.
하나 덧붙입니다. 오늘 지수가 4.61% 오른 것은 지금까지 쓴 이야기 때문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 되고 그 둘이 함께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수 숫자와 오늘 시장에서 벌어진 일은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수를 읽는 방법은 토요일에 따로 손보겠습니다.
저희 가설: 한국 반도체의 대미 조건은 관세율 협상이 아니라 대미 투자 규모가 정한다 (9월 3일 제시)
오늘 판정: 부분 반증 — 투자 목록이 실제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가설에 맞습니다. 그러나 첫 줄에서 반도체가 빠졌습니다. 규모가 조건을 정한다면 반도체가 1호에 들어갔어야 자연스럽습니다. 조건을 정하는 자리가 투자 목록이 아니라 여전히 관세 협상 테이블일 가능성을 열어 둡니다.
Follow-up — 앞으로 추적할 것
- 웨스팅하우스 지식재산권이 이 사업 안에서 어떻게 정리되는지. 8월 25일 글에서 남긴 질문이고 오늘도 답이 없습니다.
- 국내 건설사의 매출 구성이 실제로 갈리는지. 오늘 오른 대우건설·현대건설과 오르지 않은 건설사의 차이가 다음 실적에서 확인됩니다.
-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이 담기는지. 대미 투자와 별개로 국내 원전 수요가 붙는 경로입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 지수 숫자를 읽을 때 필요한 값이고 토요일 구조 글에서 다룹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문의 지수·종목 등락률과 수급 수치는 2026년 9월 7일 국내 정규장 마감 기준입니다. 대미 투자와 원전, 파병 관련 내용은 당정 협의 보고와 언론 보도를 정리한 것으로 정부의 최종 확정 발표가 아니며, 양해각서 서명 여부와 사업 구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