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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전닉스 레버리지 거래가 91.7% 말랐다 — 그 돈이 코스닥으로 갔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거래가 91.7% 말랐다 — 그 돈이 코스닥으로 갔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어제(4일) 국내 증시에서 눈에 띈 것은 지수의 방향이 아니라 격차였습니다. 코스피는 101.50포인트, 1.62% 오른 6,358.95로 마감했습니다. 코스닥은 43.37포인트, 5.88% 오른 780.72였습니다. 장중 10시 47분에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습니다. 지난달 31일과 3일에 이어 사흘째로, 코스닥 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반도체가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0.21%, SK하이닉스는 0.6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대신 우주항공·국방이 10.30%, 전기장비가 6.43%, 전기제품이 5.19%, 제약이 4.51%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한쪽에서는 돈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의 하루 거래대금이 7월 30일 12조 4,485억 원에서 8월 4일 1조 33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며칠 만에 91.7%입니다.

    어제 로봇주는 멈췄습니다

    먼저 하루 전 저희가 던진 질문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어제 글에서 저희는 미국의 중국산 로봇 규제를 다루면서, 판별 기준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반도체가 되돌아오는데 로봇주가 함께 빠지면 8월 3일의 로봇 강세는 차익실현 자금의 하루짜리 피난이었다는 뜻이고, 반대로 로봇주가 자리를 지키면 규제 재료가 별도의 자금을 끌어온 것으로 볼 근거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답은 전자에 가까웠습니다. 코스모로보틱스는 0.56%, 에스피지는 0.09%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전날 21.30%와 14.90% 올랐던 종목들입니다. 지수가 오르고 코스닥이 5.88% 급등한 날에 사실상 제자리였다는 것은, 로봇으로 들어왔던 자금이 하루 만에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뜻입니다. 그 다른 곳이 어제는 방산과 전력, 바이오였습니다.

    그러므로 어제 저희가 적은 “정책 촉매가 실재하게 됐다”는 관측은 절반만 남습니다. FCC의 커버드 리스트 지정이라는 사실 자체는 그대로이고 경쟁 구도도 실제로 바뀌었지만, **그 재료가 별도의 자금을 끌어와 로봇에 머물게 했다는 근거는 하루 만에 약해졌습니다.** 어제 로봇주에 붙었던 돈은 규제를 보고 온 돈이라기보다, 순환매가 잠시 머문 자리였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레버리지 거래 91.7%가 사라진 자리

    이 순환매의 배경에는 규제가 하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3,000만 원으로 올리고 사전교육을 강화했습니다. 저희가 8월 3일 글에서 코스피 사상 최대 상승의 몸통으로 지목했던 바로 그 조치입니다. 그때는 강제 매도가 소진되면서 하방이 제거된 국면으로 봤습니다.

    그 뒤 숫자가 더 나왔습니다. 16개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이 12조 4,485억 원에서 1조 33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규제가 겨냥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난 것입니다. 예탁금 문턱이 3,000만 원이면 소액으로 레버리지를 굴리던 자금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나옵니다. 그 12조가 어디로 갔느냐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풍선효과’라고 부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눌린 자금이 코스닥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돌고 있습니다. 시점이 맞아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레버리지 규제 시행일이 7월 31일이고,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하기 시작한 날도 7월 31일입니다.

    그런데 그 인과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습니다.

    두 사건이 같은 날 시작됐다는 것은 인과의 증거가 아닙니다. 레버리지 거래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코스닥이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앞의 돈이 뒤로 이동했다는 것은 아직 관찰된 적이 없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91.7%라는 숫자를 계산해 보도한 매체가 스스로 단정을 피했다는 점입니다. 해당 기사는 현재 공개된 거래량과 거래대금만으로는 레버리지 규제가 코스닥 급등을 불러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었습니다. 투자자별 보유 규모와 평균 매입가격, 실현·평가손익 같은 실제 자금 흐름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스닥 상승이 건전한 순환매인지 단기 투기수요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설명도 가능합니다. 레버리지에서 빠진 돈이 코스닥으로 간 것이 아니라 그냥 시장을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 개인은 코스피에서 8,185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신용융자 잔고가 8조 원 넘게 줄었다는 보도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빚을 갚는 자금과 코스닥으로 옮겨가는 자금은 방향이 다릅니다. 또한 어제 코스닥 상승은 기관의 5,000억 원대 순매수가 이끌었는데, 이는 예탁금 3,000만 원 문턱에 걸리는 개인 자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레버리지가 꺼진 것은 확인된 사실이고, 코스닥이 오른 것도 확인된 사실이며, 둘을 잇는 화살표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구분을 흐리면 “레버리지 자금이 코스닥으로 온다”는 전제 위에서 코스닥을 추격하게 되는데, 전제가 틀리면 근거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금리 쪽에서 조용히 바뀐 것

    같은 기간 매크로에서도 하나가 움직였습니다. 저희가 8월 3일 글에서 “하나도 안 꺾였다”고 적었던 금리 축입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공동으로 엔화 매입 개입을 실시했다고 공식 인정하면서, 필요하면 추가 공동 개입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개입 자체보다 그 방식입니다. 엔을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고, 지금까지 일본은 그 달러를 보유 미국채를 팔아 마련해 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채를 팔면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갑니다.

    이번에 언급된 경로는 다릅니다. 일본은 뉴욕 연준에 맡겨둔 미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FIMA 레포 창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미 재무장관도 이 기구의 규모를 향후 수개월 내 확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채를 파는 대신 담보로 맡기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환율 개입이 미국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연결고리가 약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7월 말부터 반등의 걸림돌로 지목해 온 것이 금리와 유가였는데, 그중 금리 쪽 압력이 구조적으로 한 겹 줄어들 수 있는 경로가 생긴 셈입니다. 다만 이는 발표와 권고 단계이고 실제 집행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관찰할 항목으로 두는 것이 맞습니다.

    오늘 확인할 것

    밤사이 미국은 다시 위쪽이었습니다. 팔란티어가 2분기 실적에 29.45% 폭등했고, Arm이 17.36%, 마벨이 12.80%, 인텔이 10.84% 올랐습니다. 다우와 S&P 500은 사상 최고를 새로 썼고, 국제유가는 80달러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AI 실적이 다시 확인된 밤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국내 장의 관전 포인트는 코스닥이 나흘째 오르는지가 아닙니다.

    – 밤사이 미국 반도체가 강했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따라 오르는지. 오른다면 어제까지의 순환매는 반도체가 쉬는 동안의 임시 이동이었다는 뜻이고, 코스닥 강세의 성격도 다시 봐야 합니다.

    – 코스닥 상승을 이끄는 주체가 계속 기관인지, 개인으로 바뀌는지. 주체가 바뀌면 ‘레버리지 풍선효과’ 해석의 근거가 실제로 생깁니다.

    – 어제 오른 방산·전력·바이오가 오늘도 자리를 지키는지. 하루 만에 다시 다른 테마로 넘어간다면, 지금 벌어지는 일은 특정 섹터의 재평가가 아니라 순환 그 자체입니다.

    – 오늘 새벽 발표되는 샌디스크 실적과 7일 미국 고용보고서. AI 설비투자가 부품 수요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금리 축이 실제로 꺾이는지를 보는 자리입니다.

    Market Unfolded 해석

    지금 시장에서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주도주가 자주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7월 22일에는 반도체에서 로봇으로 옮겨갔습니다. 7월 31일에는 다시 반도체로 돌아왔고, SK하이닉스가 사상 첫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8월 3일에는 그 반도체가 8% 넘게 빠지면서 자금이 또 로봇으로 갔고, 8월 4일에는 로봇이 멈추면서 방산과 전력과 바이오가 올라왔습니다. 상승의 이유는 매번 다르게 붙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어느 자리도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어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을 따라가는 것은 대체로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레버리지 규제가 만든 변화는 실재합니다. 다만 그것이 “돈이 코스닥으로 이동한다”는 형태인지, 아니면 “레버리지로 증폭되던 변동성이 사라지면서 지수 전체가 얌전해지고 그 사이 개별 테마가 돌아가는 것”인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저희는 후자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코스피가 사상 최대 상승과 5% 급락을 오간 뒤 어제는 1.62%로 진폭이 줄었다는 점이 그 방향과 맞습니다.

    투자자가 볼 것은 오늘 무엇이 오르는가가 아니라, 이 순환이 한 바퀴 돌고 나서도 남는 자리가 어디인가입니다. 순환매 국면에서 살아남는 것은 매번 갈아타는 자금이 아니라, 실적이나 계약처럼 순환과 무관한 근거를 가진 자리입니다.

    저희 가설: 이번 국면의 몸통은 개별 악재가 아니라 레버리지 구조다 (8월 3일 제시)

    오늘 판정: 유지 — 레버리지 거래가 91.7% 마르고 코스피 진폭이 1.62%까지 줄어든 것은 가설과 부합합니다. 다만 그 돈의 행방을 보여주는 자료가 없어, 가설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Follow-up — 앞으로 추적할 것

    Market Unfolded는 아래 항목을 계속 추적해 후속 글로 이어가겠습니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의 거래대금이 1조 원 아래에서 유지되는지, 되살아나는지

    –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끊긴 뒤 지수가 어디서 멈추는지 — 순환매의 실체를 보는 자리

    – 투자자별 실제 자금 흐름 자료(보유 규모·실현손익)가 공개되어 ‘풍선효과’가 검증되는지

    – 일본의 FIMA 레포 창구 실제 활용 규모와, 미국 국채 금리의 반응

    – 샌디스크 실적(8/5)과 미국 고용보고서(8/7)


    FAQ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91.7% 줄었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 16종의 하루 거래대금이 7월 30일 12조 4,485억 원에서 8월 4일 1조 330억 원으로 줄었다는 뜻입니다. 금융당국이 7월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3,000만 원으로 올리고 사전교육을 강화한 조치가 시행된 직후입니다.

    그 돈이 코스닥으로 옮겨간 건가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건의 시점이 겹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이 실제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91.7%를 계산해 보도한 매체도 단정을 피했습니다. 빚을 갚는 데 쓰였을 가능성도 있고, 어제 코스닥 상승은 기관 순매수가 이끌어 개인 자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3거래일 연속 발동한 건 좋은 신호인가요?

    사이드카는 지수 급변동 시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장치일 뿐, 상승의 질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3거래일 연속 발동은 코스닥 시장에서 처음이지만, 이것이 건전한 순환매인지 단기 투기수요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제 많이 오른 방산·전력·바이오를 지금 따라가도 될까요?

    따라갈지 말지는 답해 드릴 수 없지만, 무엇을 보고 판단할지는 정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세 가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① 상승에 기관이나 외국인의 순매수가 동반됐는가. ② 개별 기업에 수주·계약·실적 같은 자기 촉매가 있는가, 아니면 업종이 통째로 같이 올랐을 뿐인가. ③ 그 상승이 이틀 이상 이어지는가.

    어제 기준으로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①은 확인됐습니다. 코스닥에서 기관이 5,000억 원대를 순매수했고, 알테오젠은 외국인도 함께 샀습니다. ②는 갈립니다. 지엔씨에너지처럼 공급계약 공시가 있는 곳도 있지만, 우주항공·국방 업종이 통째로 10.30% 오른 것을 보면 업종 단위로 움직인 성격이 강합니다. ③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어제가 첫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이 판별의 날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확인되면 순환매가 아니라 실제 재평가로 볼 근거가 생깁니다. 반대로 ③에서 끊기면, 지난 두 주 동안 반도체와 로봇 사이를 오갔던 자금이 잠시 들렀던 또 하나의 자리였다는 뜻이 됩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국내 주가·지수 등락률은 2026년 8월 4일 정규장 종가 기준이며, 미국 지수·유가는 현지 8월 4일 종가 기준입니다. 레버리지 거래대금과 코스닥 수급 수치는 언론 보도를 인용했고, 미일 공동 개입과 FIMA 레포 창구 활용 계획은 일본 재무성·미 재무장관 발표를 인용한 것으로 실제 집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언급된 데이터는 작성 시점 기준으로 이후 변동될 수 있으며,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코스피 사상 최대 +17.91% — 금리도 유가도 안 꺾였는데 왜 올랐나

    코스피 사상 최대 +17.91% — 금리도 유가도 안 꺾였는데 왜 올랐나

    지난 금요일부터 세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첫째, 코스피가 7월 31일 1,001.89포인트, 17.91% 올라 6,595.45로 마감했습니다. 46년 코스피 역사상 최대 상승률이자 최대 상승폭입니다. SK하이닉스는 29.95% 올라 171만 8,000원으로 사상 첫 상한가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26.81% 오른 26만 2,500원에 마감했습니다.

    둘째,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 설비투자 계획이 숫자로 확인됐습니다. 줄이기는커녕 늘리고 있었습니다.

    셋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가 7월 31일 앞당겨 시행됐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지난 목요일 글에서 반등의 조건으로 걸었던 두 가지, 금리와 유가는 하나도 안 꺾였습니다. 그런데도 사상 최대로 올랐습니다.

    이 글은 그 모순에서 출발합니다. 매크로가 하나도 안 풀렸는데 지수가 되돌아왔다면, 7월 폭락을 밀던 진짜 힘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사흘 내리 빠진 것을 하루에 되돌렸습니다

    7월 마지막 나흘은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28일 화요일 10.84% 하락, 29일 수요일 5.98% 하락, 30일 목요일 1.23% 하락으로 사흘째 밀렸습니다. 그리고 31일 금요일, 1,001.89포인트가 한 번에 올라왔습니다. 코스닥도 11.63% 오른 719.76으로 마감했습니다.

    이 반전에서 눈여겨볼 것은 지수가 아니라 수급입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8조 7,709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역대 최대입니다. 그중 SK하이닉스가 3조 5,883억원, 삼성전자가 2조 1,030억원으로 두 종목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반대편에서 개인은 10조 3,834억원을 팔았습니다. 이것도 역대 최대입니다.

    같은 날 한쪽은 역대 최대로 사고 한쪽은 역대 최대로 팔았습니다. 7월 내내 지수를 끌어내린 매도 주체와, 금요일 지수를 끌어올린 매수 주체가 정확히 반대였다는 뜻입니다.

    한 달 전체로는 코스피가 7월에 22.19% 내렸습니다. 금요일의 사상 최대 폭등을 다 포함하고도 5분의 1 이상이 사라진 달입니다.

    저희 판단이 틀렸습니다

    먼저 지난 글의 판단을 정정하겠습니다.

    7월 30일 글에서 저희는 “30년물 금리와 국제유가 둘 중 하나도 안 꺾이면 반도체 단독 반등은 어렵다”고 썼습니다. 하락 원인이 세 겹으로 늘었으니 반등하려면 그 겹들이 풀려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금요일 미국 시장에서 그 두 가지는 하나도 안 풀렸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4.745%로 오히려 더 올랐고, 30년물은 5%를 넘어선 채 12거래일 연속 그 위에 머물렀습니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기록입니다. WTI도 배럴당 84.67달러로 여전히 84달러대였습니다.

    조건이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는데 결과가 나왔다면, 조건 자체가 잘못 설정된 것입니다.

    저희가 놓친 것은 이것입니다. 매크로는 하락을 촉발한 방아쇠였지만, 지수를 그 깊이까지 끌어내린 몸통은 아니었습니다. 금리와 유가가 오르면 주식은 보통 몇 퍼센트 조정을 받습니다. 한 달에 22% 빠지고 이틀 만에 시가총액 864조원이 증발하는 일은 매크로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정도 낙폭에는 팔고 싶어서 파는 매도가 아니라, 팔 수밖에 없어서 파는 매도가 끼어 있어야 합니다.

    세 겹 중 두 겹이 풀렸습니다

    금요일에 풀린 것은 매크로가 아니라 나머지 두 겹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실적입니다. 7월 내내 시장을 누른 가장 큰 의심은 “빅테크가 인공지능 설비투자를 줄이는 것 아니냐”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6월 분기에만 자본지출 410억 달러를 집행해 전년 동기 대비 69% 늘렸고, 연간 계획 1,750억 달러를 유지했습니다. 메타는 분기 자본지출을 83% 늘린 310억 8,000만 달러로 집행하면서 연간 가이던스 하단을 1,250억에서 1,300억 달러로 올렸습니다. 아마존은 AWS 매출이 422억 달러로 37% 늘어 18개 분기 만에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고, 주가는 15.32% 뛰었습니다. 메모리와 장비를 사는 쪽의 지갑이 닫히지 않았다면, 한국 반도체 실적 전망을 낮출 이유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수급입니다. 금융위원회는 8월 시행 예정이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기본예탁금 상향을 7월 31일로 앞당겼습니다. 현금 3,000만원이 있어야 살 수 있게 되자 시행 첫날 거래대금이 직전 거래일의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개인별 레버리지 투자한도를 20% 수준으로 묶는 총량 규제도 즉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표면 명분은 투기 억제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작동한 효과는 다릅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가 빠지면 손실이 배로 불어나 강제로 청산되고, 그 청산이 다시 지수를 밀어내려 다음 청산을 부릅니다. 7월 폭락이 유난히 가팔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규 진입을 막는다는 것은 이 되먹임 회로에 들어올 새 연료를 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기존 연료는 이미 다 타버린 상태였습니다. JP모건은 한국 시장의 레버리지 ETF 청산이 완료됐고 헤지펀드도 약 90% 디레버리징을 마쳤다고 평가했습니다. 팔 수밖에 없어서 파는 매도가 소진된 자리에 외국인의 역대 최대 매수가 들어온 것입니다.

    중국 DUV 공포는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남은 한 겹, 공급 쪽도 짚어야 합니다. 7월 폭락의 첫 방아쇠는 중국 CXMT 상장과 함께 나온 “상하이 기업이 액침식 DUV 노광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보도였습니다. 노광기는 반도체 생산시간의 60%, 비용의 35%를 차지하는 핵심 장비이고 지금까지 제대로 만드는 곳은 ASML뿐이었습니다.

    한 주가 지나 확인된 것은 이렇습니다. 대응 공정은 28나노미터급이고, 연내 SMIC와 화홍반도체, CXMT에 인도해 2026년 5대, 2027년 20대를 목표로 합니다. 다만 성능은 ASML 대비 약 4세대, 시기로는 15년 전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엑시머 레이저와 렌즈 같은 핵심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기려면 여러 번 겹쳐 찍는 멀티패터닝이 필요한데 이 방식은 수율을 떨어뜨립니다.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이번 뉴스가 나오기 전에 이미 33%에서 16%로 줄어 있었습니다.

    방향으로는 사실이지만 속도로는 아직 위협이 아닙니다. 금요일 ASML이 1.36% 하락에 그친 것도 시장이 같은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다만 실제 인도된 장비가 양산 라인에서 어떤 수율을 내는지는 아직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남은 다섯 가지 위험

    사상 최대 상승률이 그 자체로 안심의 근거는 아닙니다.

    첫째, 매크로는 그대로입니다. 30년물 금리는 5% 위에 12거래일 연속 머물러 있고 WTI는 84.67달러입니다. 금리와 원가 부담은 몇 달에 걸쳐 실적에 반영되는 압력이라 하루의 폭등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둘째, 미국 메모리는 같은 밤에 빠졌습니다. 마이크론은 5.90% 하락했습니다. 한국 메모리 두 종목이 상한가와 그에 준하는 상승을 낸 날, 같은 업종의 미국 대표주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7월 24일 글에서 다룬 디커플링이 방향만 뒤집혀 반복된 셈인데, 이 괴리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두 주의 교훈입니다.

    셋째, 빅테크가 전부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애플은 7.35% 빠졌습니다. 중화권 매출이 188억 달러로 시장 예상 196억 달러에 못 미쳤고, 이익률이 높은 서비스 부문도 기대를 밑돌았습니다.

    넷째, 환율이 되밀렸습니다. 금요일 서울 외환시장 주간거래 종가는 13.4원 내린 1,424.0원이었는데, 뉴욕 시간대에 1,436원대까지 되올랐습니다. 원화 강세가 외국인 매수를 부른 요인 중 하나였다면, 이 되밀림은 오늘 시초가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레버리지 청산이 끝났다는 것은 하방 압력이 제거됐다는 뜻이지 상승 동력이 생겼다는 뜻이 아닙니다. 눌린 용수철이 튀어 오른 것과 새로운 힘이 밀어 올리는 것은 다릅니다. 금요일의 1,001포인트 중 어디까지가 되돌림이고 어디부터가 방향 전환인지는 이번 주 거래가 알려줄 것입니다.

    이번 주에 확인할 것

    이번 주는 반등의 성격을 판별하는 주간입니다.

    먼저 개인 수급입니다. 지수가 폭등한 날 가장 크게 판 주체가 개인이라는 것은, 상당수가 반등을 타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번 주 개인이 추격 매수로 돌아서는지, 아니면 반등을 탈출 기회로 삼아 계속 파는지가 첫 관전 포인트입니다. 개인의 매도가 이어지는데도 지수가 버틴다면 외국인 매수의 지속성이 확인되는 것이고, 반대로 외국인이 하루짜리 숏커버링이었다면 지수는 다시 밀립니다.

    다음은 실적입니다. AMD가 현지 시간 4일 장 마감 후, 샌디스크가 5일에 발표합니다. 빅테크가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확인됐지만, 그 투자가 실제 부품 수요로 이어지는지는 이 두 회사의 숫자에서 더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특히 샌디스크는 낸드 업황을 보는 창입니다.

    마지막은 금리입니다. 미국 7월 고용보고서가 7일에 나옵니다. 지금 시장을 누르는 것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장기금리이고, 고용 둔화가 확인되면 그 압력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30년물이 5% 아래로 내려오는지가 실질적인 확인 지점입니다.

    증권가가 보는 8월 코스피의 최악의 지지선은 5,150선입니다. 금요일 종가와 22% 차이입니다. 이번 반등이 아직 확정된 방향 전환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Market Unfolded의 해석

    7월의 폭락과 7월 마지막 날의 폭등은 같은 원인의 앞뒤입니다.

    지난 두 주 동안 저희는 이 하락을 메모리 공급 공포로 규정했다가, 실적 실망을 더했다가, 매크로까지 세 겹으로 늘렸습니다. 원인을 하나씩 붙이는 방식이었는데 금요일 하루가 그 접근의 한계를 보여줬습니다. 세 겹 중 두 겹만 풀렸는데 지수는 사흘치를 한 번에 되돌렸습니다.

    더 정확한 구조는 이렇습니다. 공급 뉴스와 실적 실망과 매크로는 모두 방아쇠였고, 지수를 22%까지 끌어내린 몸통은 레버리지였습니다. 팔고 싶어서 파는 매도는 가격이 싸지면 멈추지만, 팔 수밖에 없어서 파는 매도는 싸질수록 커집니다. 7월 낙폭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선 이유와, 규제 하나가 시행된 날 46년 만의 기록이 나온 이유가 같은 곳에 있습니다.

    이 해석에도 대안은 있습니다. 금요일의 폭등을 순수하게 빅테크 실적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도 있고, 사흘간 22% 빠진 뒤의 기술적 반등에 숏커버링이 겹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셋은 같은 날 함께 일어나 서로를 강화했습니다. 그럼에도 레버리지를 몸통으로 보는 이유는, 실적 확인과 기술적 반등만으로 하루 17.91%라는 크기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실적을 본 미국 시장의 상승폭은 나스닥 기준 1.00%였습니다.

    이 구분에는 실용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매크로가 몸통이었다면 금리와 유가가 꺾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레버리지가 몸통이었다면 청산이 끝난 시점이 바닥의 조건이 됩니다. 다만 조건이 갖춰진 것과 상승이 시작된 것은 다릅니다. 강제 매도가 사라진 시장은 더 이상 밀리지 않을 뿐, 스스로 오르지는 않습니다. 여기서부터의 방향은 이번 주 실적과 고용지표가 정합니다.

    현재 가설 상태: 재편 — “메모리 공급 공포가 7월 폭락의 본질”이라는 규정은 약화됐습니다. 공급 요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방아쇠에 가깝고, 낙폭의 크기를 만든 것은 레버리지 구조였다고 봅니다.


    FAQ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매수 시점을 정해 드릴 수는 없지만, 판단에 쓸 조건은 정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강제 매도가 소진됐다는 것은 하방 위험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매크로는 하나도 풀리지 않았고, 8월 코스피 하단 전망은 5,150선까지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정하기보다 확인 지점을 정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번 주는 세 가지입니다. ① 개인 순매도가 이어지는가 ② AMD와 샌디스크 실적이 AI 설비투자를 부품 수요로 확인해 주는가 ③ 7일 고용보고서에서 금리가 꺾이는가. 셋이 함께 확인되면 반등의 근거가 하방 제거에서 상승 동력으로 옮겨가고, ③이 어긋나면 지금의 반등은 매크로가 그대로인 채 수급만 정리된 국면에 머무릅니다.

    상한가면 더 못 사는 건가요?

    상한가는 그날의 가격 제한일 뿐 거래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매도 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아 사실상 체결이 어렵습니다. 다음 거래일에 갭 상승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갭이 장중에 유지되는지가 매수 주체의 진정성을 보는 지표가 됩니다.

    레버리지 ETF 규제가 제 계좌에도 영향이 있나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새로 매수하려면 현금 3,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필요합니다. 개인별 레버리지 투자한도를 20% 수준으로 제한하는 총량 규제도 추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일반 지수 ETF나 개별 종목 거래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적용 범위는 거래 증권사 공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외국인이 역대 최대로 샀으니 계속 오르는 것 아닌가요?

    하루의 순매수 규모는 방향의 근거로 약합니다. 급락 뒤의 대규모 매수에는 공매도 환매수가 섞여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실제 보유를 늘리는 매수와 성격이 다릅니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번 주에도 이어지는지를 보는 것이 하루치 규모보다 신뢰도가 높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국내 지수·종목 등락률과 투자자별 매매동향은 2026년 7월 31일 정규장 종가 기준이며, 미국 주가·지수·유가·금리는 현지 7월 31일 종가 기준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7월 31일 서울외환시장 주간거래 종가 기준이고, 뉴욕 시간대 수치는 8월 3일 오전 데이터 수집 시점 기준입니다. 중국 노광장비 사양은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와 외신 보도를 근거로 한 것으로 실제 양산 성능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언급된 데이터는 작성 시점 기준으로 이후 변동될 수 있습니다.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