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일) 국내 증시에서 눈에 띈 것은 지수의 방향이 아니라 격차였습니다. 코스피는 101.50포인트, 1.62% 오른 6,358.95로 마감했습니다. 코스닥은 43.37포인트, 5.88% 오른 780.72였습니다. 장중 10시 47분에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습니다. 지난달 31일과 3일에 이어 사흘째로, 코스닥 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반도체가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0.21%, SK하이닉스는 0.6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대신 우주항공·국방이 10.30%, 전기장비가 6.43%, 전기제품이 5.19%, 제약이 4.51%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한쪽에서는 돈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의 하루 거래대금이 7월 30일 12조 4,485억 원에서 8월 4일 1조 33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며칠 만에 91.7%입니다.
어제 로봇주는 멈췄습니다
먼저 하루 전 저희가 던진 질문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어제 글에서 저희는 미국의 중국산 로봇 규제를 다루면서, 판별 기준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반도체가 되돌아오는데 로봇주가 함께 빠지면 8월 3일의 로봇 강세는 차익실현 자금의 하루짜리 피난이었다는 뜻이고, 반대로 로봇주가 자리를 지키면 규제 재료가 별도의 자금을 끌어온 것으로 볼 근거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답은 전자에 가까웠습니다. 코스모로보틱스는 0.56%, 에스피지는 0.09%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전날 21.30%와 14.90% 올랐던 종목들입니다. 지수가 오르고 코스닥이 5.88% 급등한 날에 사실상 제자리였다는 것은, 로봇으로 들어왔던 자금이 하루 만에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뜻입니다. 그 다른 곳이 어제는 방산과 전력, 바이오였습니다.
그러므로 어제 저희가 적은 “정책 촉매가 실재하게 됐다”는 관측은 절반만 남습니다. FCC의 커버드 리스트 지정이라는 사실 자체는 그대로이고 경쟁 구도도 실제로 바뀌었지만, **그 재료가 별도의 자금을 끌어와 로봇에 머물게 했다는 근거는 하루 만에 약해졌습니다.** 어제 로봇주에 붙었던 돈은 규제를 보고 온 돈이라기보다, 순환매가 잠시 머문 자리였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레버리지 거래 91.7%가 사라진 자리
이 순환매의 배경에는 규제가 하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3,000만 원으로 올리고 사전교육을 강화했습니다. 저희가 8월 3일 글에서 코스피 사상 최대 상승의 몸통으로 지목했던 바로 그 조치입니다. 그때는 강제 매도가 소진되면서 하방이 제거된 국면으로 봤습니다.
그 뒤 숫자가 더 나왔습니다. 16개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이 12조 4,485억 원에서 1조 33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규제가 겨냥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난 것입니다. 예탁금 문턱이 3,000만 원이면 소액으로 레버리지를 굴리던 자금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나옵니다. 그 12조가 어디로 갔느냐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풍선효과’라고 부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눌린 자금이 코스닥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돌고 있습니다. 시점이 맞아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레버리지 규제 시행일이 7월 31일이고,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하기 시작한 날도 7월 31일입니다.
그런데 그 인과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습니다.
두 사건이 같은 날 시작됐다는 것은 인과의 증거가 아닙니다. 레버리지 거래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코스닥이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앞의 돈이 뒤로 이동했다는 것은 아직 관찰된 적이 없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91.7%라는 숫자를 계산해 보도한 매체가 스스로 단정을 피했다는 점입니다. 해당 기사는 현재 공개된 거래량과 거래대금만으로는 레버리지 규제가 코스닥 급등을 불러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었습니다. 투자자별 보유 규모와 평균 매입가격, 실현·평가손익 같은 실제 자금 흐름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스닥 상승이 건전한 순환매인지 단기 투기수요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설명도 가능합니다. 레버리지에서 빠진 돈이 코스닥으로 간 것이 아니라 그냥 시장을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 개인은 코스피에서 8,185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신용융자 잔고가 8조 원 넘게 줄었다는 보도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빚을 갚는 자금과 코스닥으로 옮겨가는 자금은 방향이 다릅니다. 또한 어제 코스닥 상승은 기관의 5,000억 원대 순매수가 이끌었는데, 이는 예탁금 3,000만 원 문턱에 걸리는 개인 자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레버리지가 꺼진 것은 확인된 사실이고, 코스닥이 오른 것도 확인된 사실이며, 둘을 잇는 화살표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구분을 흐리면 “레버리지 자금이 코스닥으로 온다”는 전제 위에서 코스닥을 추격하게 되는데, 전제가 틀리면 근거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금리 쪽에서 조용히 바뀐 것
같은 기간 매크로에서도 하나가 움직였습니다. 저희가 8월 3일 글에서 “하나도 안 꺾였다”고 적었던 금리 축입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공동으로 엔화 매입 개입을 실시했다고 공식 인정하면서, 필요하면 추가 공동 개입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개입 자체보다 그 방식입니다. 엔을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고, 지금까지 일본은 그 달러를 보유 미국채를 팔아 마련해 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채를 팔면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갑니다.
이번에 언급된 경로는 다릅니다. 일본은 뉴욕 연준에 맡겨둔 미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FIMA 레포 창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미 재무장관도 이 기구의 규모를 향후 수개월 내 확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채를 파는 대신 담보로 맡기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환율 개입이 미국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연결고리가 약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7월 말부터 반등의 걸림돌로 지목해 온 것이 금리와 유가였는데, 그중 금리 쪽 압력이 구조적으로 한 겹 줄어들 수 있는 경로가 생긴 셈입니다. 다만 이는 발표와 권고 단계이고 실제 집행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관찰할 항목으로 두는 것이 맞습니다.
오늘 확인할 것
밤사이 미국은 다시 위쪽이었습니다. 팔란티어가 2분기 실적에 29.45% 폭등했고, Arm이 17.36%, 마벨이 12.80%, 인텔이 10.84% 올랐습니다. 다우와 S&P 500은 사상 최고를 새로 썼고, 국제유가는 80달러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AI 실적이 다시 확인된 밤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국내 장의 관전 포인트는 코스닥이 나흘째 오르는지가 아닙니다.
– 밤사이 미국 반도체가 강했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따라 오르는지. 오른다면 어제까지의 순환매는 반도체가 쉬는 동안의 임시 이동이었다는 뜻이고, 코스닥 강세의 성격도 다시 봐야 합니다.
– 코스닥 상승을 이끄는 주체가 계속 기관인지, 개인으로 바뀌는지. 주체가 바뀌면 ‘레버리지 풍선효과’ 해석의 근거가 실제로 생깁니다.
– 어제 오른 방산·전력·바이오가 오늘도 자리를 지키는지. 하루 만에 다시 다른 테마로 넘어간다면, 지금 벌어지는 일은 특정 섹터의 재평가가 아니라 순환 그 자체입니다.
– 오늘 새벽 발표되는 샌디스크 실적과 7일 미국 고용보고서. AI 설비투자가 부품 수요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금리 축이 실제로 꺾이는지를 보는 자리입니다.
Market Unfolded 해석
지금 시장에서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주도주가 자주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7월 22일에는 반도체에서 로봇으로 옮겨갔습니다. 7월 31일에는 다시 반도체로 돌아왔고, SK하이닉스가 사상 첫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8월 3일에는 그 반도체가 8% 넘게 빠지면서 자금이 또 로봇으로 갔고, 8월 4일에는 로봇이 멈추면서 방산과 전력과 바이오가 올라왔습니다. 상승의 이유는 매번 다르게 붙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어느 자리도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어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을 따라가는 것은 대체로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레버리지 규제가 만든 변화는 실재합니다. 다만 그것이 “돈이 코스닥으로 이동한다”는 형태인지, 아니면 “레버리지로 증폭되던 변동성이 사라지면서 지수 전체가 얌전해지고 그 사이 개별 테마가 돌아가는 것”인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저희는 후자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코스피가 사상 최대 상승과 5% 급락을 오간 뒤 어제는 1.62%로 진폭이 줄었다는 점이 그 방향과 맞습니다.
투자자가 볼 것은 오늘 무엇이 오르는가가 아니라, 이 순환이 한 바퀴 돌고 나서도 남는 자리가 어디인가입니다. 순환매 국면에서 살아남는 것은 매번 갈아타는 자금이 아니라, 실적이나 계약처럼 순환과 무관한 근거를 가진 자리입니다.
저희 가설: 이번 국면의 몸통은 개별 악재가 아니라 레버리지 구조다 (8월 3일 제시)
오늘 판정: 유지 — 레버리지 거래가 91.7% 마르고 코스피 진폭이 1.62%까지 줄어든 것은 가설과 부합합니다. 다만 그 돈의 행방을 보여주는 자료가 없어, 가설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Follow-up — 앞으로 추적할 것
Market Unfolded는 아래 항목을 계속 추적해 후속 글로 이어가겠습니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의 거래대금이 1조 원 아래에서 유지되는지, 되살아나는지
–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끊긴 뒤 지수가 어디서 멈추는지 — 순환매의 실체를 보는 자리
– 투자자별 실제 자금 흐름 자료(보유 규모·실현손익)가 공개되어 ‘풍선효과’가 검증되는지
– 일본의 FIMA 레포 창구 실제 활용 규모와, 미국 국채 금리의 반응
– 샌디스크 실적(8/5)과 미국 고용보고서(8/7)
FAQ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91.7% 줄었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 16종의 하루 거래대금이 7월 30일 12조 4,485억 원에서 8월 4일 1조 330억 원으로 줄었다는 뜻입니다. 금융당국이 7월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3,000만 원으로 올리고 사전교육을 강화한 조치가 시행된 직후입니다.
그 돈이 코스닥으로 옮겨간 건가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건의 시점이 겹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이 실제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91.7%를 계산해 보도한 매체도 단정을 피했습니다. 빚을 갚는 데 쓰였을 가능성도 있고, 어제 코스닥 상승은 기관 순매수가 이끌어 개인 자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3거래일 연속 발동한 건 좋은 신호인가요?
사이드카는 지수 급변동 시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장치일 뿐, 상승의 질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3거래일 연속 발동은 코스닥 시장에서 처음이지만, 이것이 건전한 순환매인지 단기 투기수요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제 많이 오른 방산·전력·바이오를 지금 따라가도 될까요?
따라갈지 말지는 답해 드릴 수 없지만, 무엇을 보고 판단할지는 정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세 가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① 상승에 기관이나 외국인의 순매수가 동반됐는가. ② 개별 기업에 수주·계약·실적 같은 자기 촉매가 있는가, 아니면 업종이 통째로 같이 올랐을 뿐인가. ③ 그 상승이 이틀 이상 이어지는가.
어제 기준으로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①은 확인됐습니다. 코스닥에서 기관이 5,000억 원대를 순매수했고, 알테오젠은 외국인도 함께 샀습니다. ②는 갈립니다. 지엔씨에너지처럼 공급계약 공시가 있는 곳도 있지만, 우주항공·국방 업종이 통째로 10.30% 오른 것을 보면 업종 단위로 움직인 성격이 강합니다. ③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어제가 첫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이 판별의 날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확인되면 순환매가 아니라 실제 재평가로 볼 근거가 생깁니다. 반대로 ③에서 끊기면, 지난 두 주 동안 반도체와 로봇 사이를 오갔던 자금이 잠시 들렀던 또 하나의 자리였다는 뜻이 됩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국내 주가·지수 등락률은 2026년 8월 4일 정규장 종가 기준이며, 미국 지수·유가는 현지 8월 4일 종가 기준입니다. 레버리지 거래대금과 코스닥 수급 수치는 언론 보도를 인용했고, 미일 공동 개입과 FIMA 레포 창구 활용 계획은 일본 재무성·미 재무장관 발표를 인용한 것으로 실제 집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언급된 데이터는 작성 시점 기준으로 이후 변동될 수 있으며,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